[천자 칼럼] Manners maketh Man

입력 2022-11-25 17:51   수정 2022-11-26 00:11

배구 선수들은 멋진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면 강렬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세리머니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항상 뒤돌아서 세리머니를 하지, 상대방 코트를 향해선 동작을 취하지 않는다. 간혹 자신도 모르게 정면을 향한 상태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 등의 행동을 하면 곧바로 심판에게 주의나 경고를 받는다.

야구 경기에서 타자가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 때 투수 쪽을 바라보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 나쁜 투수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홈런 후 베이스를 돌면서 자신을 웃으며 쳐다본 타자를 기억하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난 뒤 빈볼로 앙갚음하는 투수도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몇몇 선수의 기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독일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는 일본 공격수 아사노 다구마와 볼 경합 중 자신이 달리기에서 앞서자 흡사 타조 뜀박질을 연상케 하는 우스꽝스러운 스텝으로 아사노를 조롱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인 우루과이 공격수 페데르코 발베르데는 이강인에게 강한 태클을 넣은 뒤 곧바로 일어나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포효하면서 누워 있는 이강인을 한동안 내려보는 ‘인종차별’ 의심 행위로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과거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골을 넣은 뒤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의미인 손으로 양쪽 눈을 찢는 세리머니를 한 장본인이다. 당시 관중이 야유하자 ‘더 크게 소리 질러 봐라’는 식으로 두 손으로 귀를 열어젖히는 제스처까지 했다. 둘은 모두 그라운드에서 ‘저주’를 받았다. 뤼디거에게 무시당한 아사노는 역전 골로 독일을 침몰시켰으며, 발베르데의 슛은 골포스트를 튕겨 나갔다.

세계 최고 축구 클럽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둘에게 다시 들려주고 싶은 영화 대사가 있다. 킹스맨의 해리 요원 콜린 퍼스의 명대사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이들은 축구 기술에 앞서 스포츠맨 정신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스포츠는 상대에 대한 존중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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